진짜 영어 공부 방법(문화에 노출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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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영어 공부 방법

진짜 영어 공부 방법(문화에 노출되자)

by 글 쓰는 번역가 2021.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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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차이가 나서 대화가 안 통한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노출된 문화의 차이에 기인하는 이 현상은 종종 특정 세대 내에서만 사용되는 급식체(급식을 먹는 세대 즉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라고 해서 붙은 명칭으로, 초·중·고교생 사이에서 사용되는 은어) 같은 특이한 언어를 낳기도 하죠. 같은 민족 내에서도 이런데 하물며 다른 역사와 지리, 환경을 지닌 사람들과 쉽게 의사소통이 될 리 만무합니다.

 

언어란 공통된 문화 지식이 없을 경우 완벽한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한국 땅에서 책으로만 영어 공부를 한 사람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인과 쉽게 어울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는 알아들었다 해도 문화가 바탕이 된 문맥적인 의미는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화에 끼어 자연스러운 농담을 주고받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나 미드를 봐도 현지인이 웃는 농담 포인트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이러한 문화 지식, 문화 이해력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라 습득이 더욱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을 외국인은 하나하나 의식적으로 익혀야 하기 때문이죠.   

 

의식적인 간접 체험

 

결국 소설이나 미드, 영화, 뉴스 등을 통해 문화를 간접 체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소설이나 미드, 영화 등에는 다양한 인명이나 지명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고유 명사에 익숙해지는 것도 영어 공부에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보통 이 같은 고유 명사가 나오면 힐긋 보고 넘어가는 사람이 많은데 그러고 나면 나중에 대화를 하려고 할 때 내 입에서 해당 단어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외국 배우 이름의 경우 한국식 발음과 미국식 발음이 달라 내가 아무리 한국식 발음으로 말을 한들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가 없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말에 능숙한 미국인의 설명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 살면서 외국인으로서 문화 차이를 느낀 그들이기에 양 국가의 문화적 차이점을 꼭 찍어 말해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귀중한 조언은 일부러 찾아서라도 들어야 합니다.

 

간혹 미국 문화를 소개하는 책들도 눈에 띄는데 초급 수준에 머물거나 지루하기 짝이 없는 구성으로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러한 평면적인 교재보다는 살아 있는 교재를 활용하기 바랍니다.

 

살아 있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영화나 미드를 이용해야 합니다. 영어 자체뿐만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교재이지요. 어학연수 등 값비싼 수단을 이용할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영화나 미드를 비롯한 기타 시각적인 교재는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간접 체험이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이 역시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사실 미국에 살면서도 사회생활을 하지 않거나 한국인 커뮤니티 밖을 벗어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보다는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미국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외국인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미국 문화에 더욱 익숙할 수 있습니다. 

 

할로윈 같은 축제는 이미 한국 유치원에서도 하나의 문화행사로 자리 잡을 만큼 널리 알려졌습니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늘면서 이러한 다양한 미국 문화(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가 한국에 점차 스며들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그 영향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미국 문화의 간접 체험이라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방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영어의 특징 공부

 

문화 이해력을 키우는 데에는 영어라는 언어의 습성을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영어라는 언어의 속성에는 그 문화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죠. 앞서 영어의 결에 대해 잠시 언급했는데 그보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네요. 한국말과는 다른 영어의 습성을 소개한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됩니다. 

 

앞서 언급한 『번역의 탄생』을 보면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 명사와 형용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동사와 부사의 비중이 크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즉 “영어는 한국어보다 추상성과 보편성을 담아내는 데 강하고, 한국어는 영어보다 구체성과 특수성을 나타내는 데 강하다.”는 뜻이죠. 책에서 나온 예시 문장을 살펴보면 “The heavy rock fell with a thump.”는 한국어로 ‘무거운 바위가 쿵 떨어졌다.’가 됩니다. 영어에서는 명사로 쓰인 thump가 ‘쿵’이라는 부사로 해석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어에서는 명사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한국어에서는 부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영어는 또한 반어법과 수사법이 발달된 언어라 대화에서도 비꼬는 농담이 자주 언급되며 사설란에서도 이러한 글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 미드에서도 그런 풍자적인 농담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국인으로서는 그 뜻을 이해했다 해도 100퍼센트 공감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속해서 노출되어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죠. <뉴욕 타임스>의 사설란에서도 반어법을 사용한 문장이 자주 등장하는데 영어의 이러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이를 곧이곧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완전히 정반대로 해석을 하게 되는 거죠.

 

영어의 특징이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면 영어의 참맛, 깊은 맛을 느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영어라는 문화인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줄 아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겠습니다.

 

 

인문학 공부

 

인문학 공부는 무슨 분야든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언어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요. 언어에는 소통의 대상이 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이고 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와는 다른 철학과 사고를 지닌 사람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철학과 사고를 이해하는 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문화의 역사를 비롯한 미술, 철학, 정치 등을 원서로 접해야 합니다. 저 역시 번역을 하는 사람이지만 번역하는 과정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들이 있습니다. 번역가가 아무리 100퍼센트 전달하려고 해도 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그들의 문화적 지식을 습득하려면 원문의 단어나 문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노예제 같은 역사를 공부하면 미국에서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흑인과 백인 간의 충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왜 그렇게 미국에서 흑인 얘기에 민감한지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이렇게 역사의 흐름에 관심을 갖다 보면 똑같은 지문도 다르게 보이고 똑같은 뉴스도 다르게 들립니다.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죠.

 

고전읽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 고전 읽기 열풍이 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대학 역시 고전 읽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때 한국에서는 미국 대학에서 권하는 고전 목록을 따라 읽으려는 시도도 있었지요. 

 

고전읽기가 도움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고전이 전하는 지식과 그 깊이는 감히 제가 논할 수 없죠. 하지만 만만치 않은 과정이기에 취미로서의 영어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섣불리 권하는 것 역시 망설여집니다. 저 역시 고전을 읽는 과정이 그리 즐거운 과정이었다고는 말 못 하겠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의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보기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 고전이 있다면 아직 그 책과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전을 억지로 읽지 않아도 될 권리가 분명 우리에겐 있다. 그러나 인생의 어느 때에 이르러서는 앎의 욕구가 샘솟기도 한다. 읽고 싶을 때 읽는 책은 통째로 삼키고 싶을 정도로 달게 다가온다. 그때 책으로 귀환해 세상살이의 소란스러움과 비밀, 그리고 상처를 이해하고 위로받으면 된다.”  

 

‘통째로 삼키고 싶을 정도로 달게 다가올’ 순간을 위해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지혜가 아닐까 싶네요. 고전에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현재는 품절되었지만 『영어고수는 영어고전을 읽는다』 같은 책의 도움을 받아 고전 읽기에 발을 담가 봐도 좋습니다. 밀도 있는 문장으로 이루어진 고전들을 소개하며 관련된 문법 설명을 덧붙인 책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 데 고전 읽기가 왜 중요한지 그 이유도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런 책이 아니더라도 스터디를 통해서도 혹은 독학으로도 얼마든지 고전읽기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고전을 한 권 독파하고 나면 영어에 자신이 붙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른 책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단, 고전에서 읽은 문장을 무기삼아 허세를 부리는 일은 삼가야 하겠습니다. 멋내기용 문장을 구사하는 등 피상적인 용도로 고전을 활용하는 것은 고전 읽기의 참된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전의 의미를 제대로 만끽한 사람이라면 그런 일은 저지르지 않겠지만 말이죠.

 

 조승연 씨는 “같은 문화와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끼리는 청자는 화자가 던진 말의 빈 행간을 축적된 문화 지식을 동원해서 채워 나가며 언어 행위를 완성한다.”고 말했습니다. 행간을 적극적으로 채우는 진정한 소통을 꾀하려면 문화라는 보이지 않는 영역도 공부해야 하는 거죠.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그리고 영어의 특징을 공부하고 인문학 공부를 함으로써 문화를 읽어내는 힘, 행간을 읽어내는 힘을 기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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