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 대학원 생활은 과제나 시험 등으로 마치 고등학교 때 생활로 돌아간 것처럼 바쁘게 굴러갑니다.
들어야 하는 수업도 거의 정해져 있지요.
진급 시험과 졸업시험도 부담이지만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거의 매일 숙제를 제출해야 하다시피 해서 학기 내내 숙제의 부담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그것이 다 나의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는데 조금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지금은 제가 다닌 이화여자대학교는 통번역 대학원 졸업시험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대 통번역 대학원 한영 번역과의 경우 정원이 21명으로 번역 수업은 세 반으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크리틱을 하고 효율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데 적절한 인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영과 이외에는 한불, 한중, 한일 학과가 있으며 이 과의 학생 수는 한영과에 비해 적었습니다.
다른 과 학생들과 함께 듣는 수업이 한, 두 개 있긴 했지만 직접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어서 그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통번역 대학원의 특성상 구성 연령 및 전공이 참 다양했습니다.
20대 중반부터 30대까지 후반까지 골고루 분포해 있어서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었는데 아래 기수의 경우 50대 분도 있었습니다.
전공의 경우 영문학 전공자들이 많긴 했지만 저를 비롯한 공대생 2명, 이과생 1명, 음대생 1명, 경찰대생 1명 등 독특한 전공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경찰대를 졸업한 친구는 경찰로 일하다가 휴직계를 내고 대학원에 입학한 경우라 교수님들도 관심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통번역 대학원에서는 수업 이외의 활동이 꽤 많았습니다.
번역 희극, 시 낭송회,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교수님의 주도 하에 번역가에서 직접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김중혁 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김중혁 작가를 초대해 작품에 대해 들어보고, 번역할 때의 애로 사항 등에 얘기 나눠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대학원 생활에서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경험은 교수님들과의 관계였습니다.
매 학기, 혹은 본인이 원할 경우 교수님과의 면담이 가능했는데, 그 때마다 교수님들은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인 고민거리부터 번역 공부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 나의 번역 실력, 진로 등에 있어 다양한 교수님으로부터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석에서도 격의 없이 대해 주시는 교수님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문학 번역 수업을 담당하셨던 정영목 교수님께서는 유명한 번역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소탈하신 모습으로 항상 학생들을 대해주셨습니다.
본인은 남성 번역가이기 때문에 여성 번역가인 우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도 자주 물어보시는 등 그 위치에 있는 분도 계속해서 연구하고 배우려고 노력하시는구나, 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통번역 대학원에서 물론 번역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고 실력도 향상되었지만 가장 큰 깨달음은 번역 공부는 평생, 겸손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2년 안에 번역의 스킬을 전부 터득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교수님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커리큘럼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배우는 사람이 그것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평생 번역에 종사할 사람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 및 마음가짐을 2년 동안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교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서만 공부를 계속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을 보며 겸손함을 배웠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시는 교수님들을 보며 나 또한 그래야겠다고 저절로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이러한 감정들이 통번역 대학원 생활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선물일 것입니다.
학생 시절에는 방학이 있어서 좋기도 하지요.
통번역 대학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방학 때에는 학기 중에 부담이 되어 읽지 못했던 책도 실컷 읽고 궁금했던 번역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1학년을 마친 뒤 출판 번역에 발을 담가 보았지요.
방학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본인의 몫이지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해야 합니다.
적당히 공부도 하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 할 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하지요.
방학 때 너무 공부만 하면 다음 학기 때 학기 초반부터 지쳐버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https://libraryoftranslatorj.tistory.com/35?category=858147
통번역 대학원 번역학과에서 배우는 것들(번역학과 커리큘럼)
저는 2011년에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번역학과에 입학했습니다. 통번역 대학원 번역학과의 커리큘럼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해 드릴게요. 수업은 총 4학기로 이루어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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