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MALL 번역 Life/번역가의 일상21 번역 사기 조심하세요(proz.com)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을 바라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달러를 벌어야 했다. 예전에 가입만 해놓고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던 proz.com(프리랜서 번역가 사이트)에 본격적으로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고 매일 사이트를 들락거린 건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거의 출판 번역만 해온 내가 이곳에서 갑자기 일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곳은 다른 세계였다. 기술번역 위주이다 보니 Trados 같은 번역 프로그램을 사용할 줄 알고 구입도 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재미가 없었다. 약 이름과 화학 실험 순서를 번역하는 일을 과연 매일 할 수 있을까... 방황하고 있던 어느 날, 정신 번쩍 들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이 사이트에 사기꾼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번역 의뢰로 사기를 당할 .. 2023. 3. 5. 고독한 번역가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고독한 직업》을 읽은 적이 있다. 훗날 내 일에 관한 책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영화감독이라는 고독한 직업에 내가 걸치고 있는 번역가라는 고독한 직업을 겹쳐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정말 고독한 직업이 맞나 의심이 될 만큼 고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혹시나 하고 원제를 찾아봤더니 라고 한다. 왠지 속은 것 같은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짧게는 한두 달, 길게는 몇 달을 홀로 모니터의 여백과 싸워야 하는 번역은 고독한 작업이다. 편집자의 피드백도 번역이 일단 완료된 후에야 받을 수 있으니 작업 도중에는 그 작품에 대해 누군가와 대등한 입장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없다. 《아무튼.. 2021. 10. 14. 번역가의 공부 모지락스럽다. 《작은 것들의 신》으로 공부를 하는 중 모르는 단어를 만났다. 처음 보는 단어였다. 사전을 찾아보니 "보기에 억세고 모질다"라는 뜻이라고 나온다. 예시로는 "길고양이가 처한 환경이 험하고 모지락스럽다" "세상이 시끄럽고 모지락스럽다." 등이 있었다. 원문의 단어는 unceremonious.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걸 또다시 느낀다. 1년 동안 원 없이 공부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통번역대학원 입시 시절. 고등학교 때처럼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어른으로서의 공부를 할 수 있었던 1년이었다. 비록 '입시'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 바람에 다소 제약적인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어린 시절에 했던 공부와는 달리 주체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회사를 그만둔 터라 하루.. 2021. 10. 14. 출판번역가의 불안감 번역이라는 세계에 발을 디딘 후 온전히 나의 손으로만 결과물을 완성한다는 생각에 즐거웠다. 회사에 다닐 때에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기획서를 하나 작성하는 데에도 온갖 사람의 의견이 들어가야 했고 문구 하나조차 내 마음대로 작성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작성한 기획서가 윗선의 결제를 통과하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으며 우여곡절 끝에 진행이 이루어진다 해도 무수히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야 했다. 그래서 번역가가 된 이후 나는 야근을 한다 해도 회사에서 마지못해 일할 때와는 달리 벅찬 희열을 느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오롯이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할 수 있다는 짜릿함 때문에 나는 상대적인 경제적 궁핍 속에서도 계속해서 번역이라는 걸 하고 있다. 맨땅에 헤딩한 것치고 초반 성.. 2021. 10. 14. 이전 1 2 3 4 ··· 6 다음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