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번역가들이 책 한 권을 번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책의 분량과 난이도에 따라 2~3개월로 다양합니다.
1년 동안 보통 5, 6권의 책을 번역하게 되지요.
이는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거나 일을 할 여력이 더 된다는 분은 한 번에 두 권씩도 진행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처럼 아이들을 돌보며 일을 하는 경우 큰 욕심을 낼 수 없기도 하고요.
출판 번역가가 책을 번역하는 실질적인 과정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럼 이제부터 번역가가 한 권의 책을 의뢰받은 후 실제로 어떠한 작업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내가 하고 싶은 책인지 살펴본다.
의뢰받은 책을 전부 읽어볼 수는 없기에 우선 아마존 리뷰를 읽어봅니다.
나의 흥미를 끌만한 책이다 싶으면 첫 한두 장을 읽어보죠.
그리고 중간중간 스킵하며 읽다가 마지막 장을 또 읽어보고요.
그런 식으로 읽어 보면 내가 할 만한 책인지 관심이 갈 만한 책인지 대충 감이 잡힙니다.
간혹 나와 사상이 맞지 않은 책일 경우 번역하는 내내 고역이므로 반드시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요새 저는 소설 번역을 종종 의뢰받고 있는데요, 소설의 경우 전부 읽어보지 않는 한 쉽게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유튜브에 올라가 있는 작가 인터뷰나 북 리뷰 등을 참조하기도 한답니다.
* 사실 초보 번역가는 내가 하고 싶은 책인지 따질 여유가 없습니다. 들어오는 일을 마다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권수가 늘면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2. 일정과 번역료를 조율해 계약한다.
지금 작업 중인 책이 있을 경우 일정 조율이 필요하겠죠. 가장 중요한 번역료 얘기도 빼놓을 수 없고요.
제가 번역가들에게 늘 부탁(?)하는 부분이 있는데 번역료 얘기를 당당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값은 자신이 지키는 것인데 간혹 너무 낮은 번역료로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번역가의 대우를 개선하는 측면에서도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입니다.
3. 초벌 번역에 착수한다.
이제 본격적인 번역에 착수할 차례입니다. 번역을 하기 전에 책을 전부 읽어보는 번역가도 있고 다음 날 번역할 분량을 전날 조금씩 읽어보는 번역가도 있습니다.
이건 번역가 개인의 성향에 달려 있기도 하고 번역하는 책의 성격에 달려 있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부 읽어본 뒤 다음 날 번역할 분량을 전날 미리 또 꼼꼼히 읽어봅니다.
그러면 다음 날 번역하는 과정이 조금 수월해지기 때문이죠.
이렇게 책을 읽은 뒤 하루 번역 분량(전체 책의 분량에 내가 실제로 일할 수 있는 날짜(보통 5일)를 나눠서 결정합니다) 만큼 착실히 번역을 해나갑니다.
이때부터는 끈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기 때문에 자칫 지치기 쉬워지는 단계이지요.
사실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 과정이 번역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실한 하루가 쌓여 한 권의 책을 번역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4. 수정 작업에 들어간다.
초벌 번역에 공을 들이는 번역가도 있고 수정 작업에 공을 들이는 번역가도 있습니다.
아예 초벌 번역 때부터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문장을 만들어 놓는 번역가도 있지요.
저는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일단 초벌 작업을 후다닥 해치우고 수정에 시간을 들이는 편입니다.
5. 묵히는 과정을 갖는다.
내가 쓴 글을 몇 년 후에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나요?
내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어색하기도 하고요.
내가 번역한 글도 그렇습니다. 묵히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져야 하는 이유이지요.
내 글에 함몰되어 있을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오류들이 눈에 띄게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을 때에는 쉽지는 않겠지만 그럴 경우 주말 시간 동안만이라도 번역문에서 멀어진 뒤 월요일에 신선한 머리로 다시 나의 번역문을 들여다보세요.
분명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띌 것입니다.
6. 출판사(편집자)의 피드백을 받는다.
에이전시와 작업할 경우 이 과정이 종종 생략됩니다.
하지만 출판사과 거래할 때에는 빠질 수 없는 과정이죠.
이 부분을 확인 바란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가능한 한 빨리 정리해서 보내주도록 하세요.
간혹 편집자가 글을 수정하면서 내용을 바꿔 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반드시 번역가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죠.
번역을 하다 보면 지치는 날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하루하루 성실히 주어진 분량을 번역하다가도 어느 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이지요.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 하루 내내 일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급한 약속이 생겼을 때, 아이가 아플 때 등이 있겠죠.
이때야말로 출판 번역의 장점이 발휘되는 순간입니다.
출판 번역은 양이 많기 때문에 번역 일정도 넉넉한 편입니다.
하루 정도 일을 쉰다고 큰 지장이 있지 않다는 뜻이지요.
오늘 못한 부분은 내일 더 하거나 주말에 메꿀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하다 집중이 되지 않거나 환기가 필요할 때에는 노트북을 들고 근처 커피숍이나 도서관에 가서 일할 수 있는 것도 번역가의 특권입니다.
인터넷이 터지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라도 일할 수 있죠!
'번역 Life > 번역가 되는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번역 과정에 도움이 되는 Tips (4) | 2021.04.29 |
---|---|
셀프 브랜딩 시대에 프리랜서 번역가가 살아남는 법 (0) | 2021.04.29 |
출판 번역가의 삶, 안정과 불안 사이(경력 쌓는 법) (0) | 2021.04.29 |
출판 번역가는 얼마나 벌까?(출판 번역가의 수입) (4) | 2021.04.29 |
번역료는 어떻게 지급 받을까? (번역료 지급 방식, 매절 vs 인세) (0) | 2021.04.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