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번역할 때 도움이 되는 유용한 몇 가지 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요새는 사전 말고도 번역가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가운데 사전만 들여다보고 있는 번역가는 없겠죠?
1. 구글 이미지
번역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관련 카페에 물어봐도 되고 야후 지식인 사이트에 물어봐도 좋지만 그래도 다들 모르겠다고 한다면요?
저는 요새 소설 번역을 하고 있는데 그런 내용이 참 많이 나옵니다.
특히 제가 잘 모르는 스포츠 얘기가 나올 때에는 정말 머릿속이 까매지는 기분이지요.
그럴 때 제가 큰 도움을 받는 대상이 바로 구글 이미지입니다.
우선은 구글 기본 검색에서 의미를 찾아보고 그래도 모르겠다 싶으면 이미지를 클릭합니다.
관련 단어를 이리저리 조합해 검색창에 넣어 보면 그 중 하나의 이미지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죠.
그 단서를 시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슨 검색 과정을 거치면 언젠가는 답이 나오게 됩니다.
정말 고단한 과정이지만 그 과정을 통해 그 단어가 무엇을 말하는지 혹은 그 구문이 무얼 말하는지 알게 될 때의 희열이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들인 시간과 노력이 무색하게 아무것도 건질 수 없을 때도 있지만요.
구글 이미지는 소설 속 묘사 장면을 그려볼 때에도 아주 유용합니다.
어렴풋하게나마 상상은 되는데 그게 정확히 맞나 싶을 때 비슷한 이미지를 보게 되면 묘사 장면이 뚜렷하게 그려지게 되죠.
구글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번역을 했던 대선배들을 보면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입니다.
2. 유튜브 영상
유튜브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온갖 정보의 보물창고입니다.
구글 이미지로도 모르겠다 싶을 때 저는 유튜브에 가서 영상을 찾아봅니다.
가령 농구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에게 다양한 자유투 자세를 편집해 담은 영상은 큰 도움이 되었지요.
유튜브 영상은 내가 번역하려는 책의 저자 인터뷰나 책 리뷰를 살펴보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책
을 번역하기 전에 저는 이제 그러한 최대한 자료를 찾아서 살펴봅니다.
지금 번역하고 있는 소설의 경우에도 저자의 책이 한국에 한 번도 번역되어 출간된 적이 없었기에 저자의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저자의 여러 인터뷰를 여럿 찾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원주민이라는 저자의 배경이 소설 속에 많이 녹아 있는 책이기 때문이었죠.
그렇게 저는 저자의 배경이자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 원주민에 관한 영상을 죄다 찾아보았습니다.
과거 원주민부터 젊은 세대의 원주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을 담은 영상은 그들의 의식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요.
3. ludwig.guru
ludwig.guru는 최근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이트인데요, 다른 데서는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 예시가 이곳에는 있어서 가끔 찾아보곤 합니다.
내가 궁금한 표현을 검색하면 그 표현이 사용된 문장들, 원어민이 실제로 사용하는 문장들의 사례가 뜨게 되는데요, 그 문장들의 출처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신뢰가 갑니다.
다만 회원 가입을 해야 마음껏 검색할 수 있고 무료로는 한 번에 6개밖에 검색이 안 됩니다.
4. 인용문 처리 방법
끝으로 인용문 번역 방법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책을 번역하다 보면 다른 이들의 책이 인용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경우 우선은 한국에서 출간된 책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전 조율이 될 경우 해당 번역문을 실어야 합니다.
저는 어디에선가 무조건 해당 번역문을 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했다가 크게 디인 적이 있었습니다.
에이전시에서 의뢰한 책이었는데 문학 작품이 대거 등장하는 책이라 인용문도 무지 많았죠.
그 다양한 문학 작품의 인용문을 번역본에서 일일이 찾아내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근처 도서관에 가서 종이책을 빌려볼 수 있었겠지만 해외에 사는 저는 그럴 수가 없어서 전자책을 전부 구매해서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번역본을 넘긴 후 청천병력 같은 일이 일어났으니 에이전시 측에서 출판사에서 합의를 안 해줬다면 전부 다시 번역을 해야 한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준 것이었습니다.
인용문이 진짜 많은 책이었던지라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그 책들을 찾아본 수고가 물거품이 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번역 중인 책을 중단하고 그 작업을 다시 해야 해서 일정도 많이 꼬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무사히 다시 번역해 넘겼지만 앞으로는 인용문이 보인다고 무조건 찾아서 쓰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도 꼭 알아두세요.
이 슬픈 이야기에 반전이 하나 있는데요, 그 수많은 인용 중 제가 번역했던 소설책이 한 권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부분은 제가 과거에 했던 번역이기 때문에 무사히 실릴 수 있었고요.
어쨌든, 인용문을 번역할 일이 생긴다면 출판사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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