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되는 법-글쓰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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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Life/번역가 되는 법

번역가 되는 법-글쓰기 연습

by 글 쓰는 번역가 2021.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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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사람, 준비된 사람, 문장력과 통찰력이 이미 안정적으로 구축된 사람만이 출판번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번역가는 번역가가 되겠다고 결심하기 이전에 프로그램되지 않은 학습과 글쓰기의 오랜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수료한 사람입니다.

 

                                                                                                                                                                  《번역가 되는 법》, 김택규

 

 

 

번역가가, 특히 출판번역가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글 쓰는 연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글을 쓰면 문장력이나 논리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문체라는 것이 확고해집니다.

번역가에게 문체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대학원 시절 늘 깨지기만 했던 한 번역 수업에서 딱 한 번 칭찬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제 문체가 그 번역문에 참 잘 어울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잡지에 실린 여행 에세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 사람의 문체란 그 사람만의 반복적인 어휘 사용이나 언어의 리듬감 따위가 버물려져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이기 때문에 나만의 문체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글을 써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번역가는 자신의 문체와는 다른 문체를 흉내 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의뢰받은 책이 늘 나의 문체에 부합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따라서 격이 높은 문체도, 딱딱한 문체도, 부드러운 문체도 자유재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하는 게 번역가입니다. 나의 목소리를 제거하는 법은 우선 나의 목소리를 내는 법을 알고 나서야 어렴풋이 다가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은 나만의 문체를 정립하기 바랍니다. 

번역가가 글을 써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획서 때문입니다.

기획서는 번역가의 정체성과도 관련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분야의 책을 번역하고 싶은 이에게 기획서는 "내가 원하는 게 이것이오."라며 갑을 향해 곧장 들이대는 방법입니다. 정체성이 뚜렷한 번역가에게는 주는 일만 받아 일하는 것만큼 고역도 없을 것입니다. 기획서를 한 번도 성공시킨 적이 없는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기획서가 "나에게 맞지 않는 정체성의 틀에서 헤어 나오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믿습니다.

기획서를 작성할 때 필요한 기획력과 문장력은 글을 쓰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쌓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결코 자기 안의 것만 쓰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아웃풋을 소화해내는 과정을 통해 번역가는 새로운 시각과 창의력을 얻게 되고 이로써 다른 번역가와 차별화될 수 있을 만큼 몇 단계 성장을 거듭합니다.

지금은 번역가의 역할이 과거보다 축소되어 말 그대로 '번역'만 하는 젊은 번역가들이 많지만 번역가가 수동적인 기능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봅니다. 굵직한 에이전시에 채가지 않은 소설들도 아직 한가득입니다. 물론 하루치 작업 분량이 당장의 수입과 결부되는 현실에서 가시적인 성과와 연결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에 매달리기는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역서가 늘어가는 번역가라면,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어본 번역가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번역가의 작업물은 최종적으로 '글쓰기'라는 형태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습니다. 별다른 직급이 존재하지 않고 다른 팀원들에게 무임승차할 수도 없는 이 세계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면 결국 답은 하나밖에 없는 셈입니다.

글을 쓰는 동안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하게 됩니다. 하물며 그게 내가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된다면 글을 써야 하는 이보다 확실한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https://libraryoftranslatorj.tistory.com/63?category=857218 

 

번역가 되는 법-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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