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든 영어든 문법은 약속입니다.
이럴 때는 이렇게 하고, 저럴 때는 저렇게 하자는 상호 약속일 뿐 암기해야 하는 별도의 과목이 아닙니다.
우리가 말하고 쓰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 그것을 속박해 그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문법을 영어를 말하고 쓸 때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생각합니다.
문법을 하나의 과목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문법에 거리감을 느끼는 거죠.
문법이 먼저 존재하고 언어가 탄생한 게 아니라 언어를 사용하다 보니 이런 저런 규칙이 생긴 거라고 생각하면 문법이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법은 문법책만 붙들고 있기보다는 다양한 상황을 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체득해야 합니다.
상대가 왜 그렇게 말을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 문법이므로 무조건 외워서는 안 됩니다.
한 언어에 논리성을 부여해주는 규칙은 결국 언어 자체에 녹아 있으므로 영어의 다양한 쓰임새를 통해 몸소 터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과 감각을 연결하기
『플루언트』의 저자 조승연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결국 문법이나 단어 등을 많이 외우기보다는 언어적 사고의 패턴을 내 머리 안에 들여놓은 다음 그 언어 특유의 문장 구조 골격을 파악하고 간단한 구조로 된 문장을 최대한 많이 써보며 단어의 질감을 익혀야 한다.”
내가 아는 지식을 감각에 연결하는 것, 문법공부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익힌 뒤에는 실제로 자전거를 타면서 몸으로 익혀야 하듯, 문법이라는 규칙을 이해하는 데서 끝나면 안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런 식으로 문법을 공부합니다. 문장을 문법적으로 해석하는 데서 그쳤던 교육의 병폐이죠.
어른의 영어 공부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그것을 내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하는 과정까지 마쳐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문법의 이해가 가능합니다.
법칙을 외우려하기보다는 눈으로 귀로 다양한 문장을 소화해 영어의 결을 느껴야 합니다.
문법에 맞는 문장이 내 입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단계까지 거쳐야 문법을 제대로 소화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리 내어 공부하는 영문법을 실천해야 하며 읽고 듣는 input이 아닌 말하기와 쓰기라는 output을 최종 목적으로 삼아야 합니다.
문법을 설명하는 고리타분한 예시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그 문법을 활용해 내가 쓸 수 있는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해봐야 합니다.
알고만 있는 문법지식을 써먹는 지식으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거죠.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저희 집에서는 쥐가 나타나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결국 전문가를 불러 쥐구멍을 다 매우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그 때 제가 mice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 본 적이 없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mouse의 복수인 mice를 말하면서도 어찌나 어색하던지요. mouse의 복수가 mice라는 것을 문법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mice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내 입으로 말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죠.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는 말을 할 때 동사의 과거형과 현재형을 상당히 헷갈리곤 합니다.
과거를 써야 하는 데 현재형을 쓰기가 부지기수지요. 저 역시 아직까지도 말이 빨라질 때면 버벅되곤 합니다.
자연스럽게 나오기보다는 의식적으로 생각해가며 말해야 하는 단계지요. 알고 있는 것을 실제 감각에 연결하는 과정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봅니다.
자연어에 노출되기
문법교재로만 문법을 공부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문법을 접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죠.
사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전부 동일한 문법 하에 영어를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교과서에서 나오는 문법에만 익숙한 한국인들은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문법에 당황해하며 ‘문법이 깨진 것’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다양한 문법이 존재합니다. 일종의 로컬 문법이죠. 조승연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영어로 이런 로컬 문법은 수도 없이 많다. 표준 문법이라고 배운 것을 기준으로 정답과 오답을 가르면 이들의 영어가 ’틀린 것‘처럼 들려 이해하기만 어려워질 뿐이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할 때 지문이나 대화를 교과서로만 보면 안 된다. 영어로 생산되는 다양한 글, 노래, 영화, 비디오 등등을 접해 보지 않고 책만 들여다보면, 마치 연애를 책으로 배운 사람처럼 실제 상황의 다양함 앞에서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도 외국인 앞에 서면 말문이 막히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배운 문법을 기준으로 두면 그들이 사용하는 문장이 대부분 틀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문법에 꼭 맞추어 쓴 비현실적인 글을 접하며 영어 공부를 해왔습니다.
수능에서든, 토익이나 토플 등 수험교재에서든 문법적으로 정확히 들어맞는 융통성 없는 문장으로 공부를 해왔죠.
따라서 자연어에 노출된 횟수나 기회가 적습니다. 영어를 모국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그런 언어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지만 우리 눈에는 문법이 깨진 것처럼 보이는 문장들을 자주 접해야 합니다.
문법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음과 동시에 자연어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연어에 노출되려면 팝송이나 소설, 시 등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문법에서 벗어난 영어를 접해야 합니다.
문법을 가르치기 위해 억지로 만든 예문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장을 자주 접해야 하는 거죠.
자연어에 노출되기 위한 읽어야 하는 시나 소설은 수준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죽은 영어가 아니라 실제 써먹을 수 있는 살아 있는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매체에 적극 노출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시나 소설을 공부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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