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면서 하기 좋을 것 같다는 누군가의 말에
10년 전의 내가 떠올랐다.
나 역시 10년 전 그러한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여성 번역가든, 남성 번역가든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육아를 맡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시 선배들이 했던 조언들이 갑자기 더 크게 다가오는 요즘, 6년째 독박 육아를 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얼마나 힘든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의 관심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먹을 거 달라, 놀아달라는 물론 말은 또 어찌나 많은지...
집에서 애 키우면서 일 하기 좋을 것 같다는 그 누군가의 말에 나는 어떠한 조언도 해 줄 수 없었지만
그 때문에 이 일을 택하는 거라면 다른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 일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누군가 말을 걸면 일 하기가 어렵다.
말이 많아지는 아이를 옆에 끼고 일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 나는 왜 이 일을 계속 하고 있느냐.
좋아서다. 그 대답 밖에 할 수 없으니 나처럼 이 일을 정말 좋아한다면 (전쟁터에 가깝지만) 아이도 돌보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이 일을 한 번 해보라고 권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중히 원래 하던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정신 건강에도 재정 건강에도 좋을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선택이 그렇듯 본인에게 달렸다.
6년 동안 독박육아를 하며 버티고 돈이 안 되는 출판 번역을 꾸역꾸역 하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지만
안정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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