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번역 대학원을 다닌 2년 동안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즐거웠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고 뒤늦게 입학했던 거라 더 그랬을지도 모르죠.
직장 생활을 하지 않고 계속 공부만 했더라면 그러한 행복감과 소중함을 절대로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숙제가 너무 많고 버거워 힘들 때도 있었고 잘 맞지 않는 분야의 번역문을 접할 때면 내가 과연 이 일을 평생 동안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사실 평생 이 일을 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그러한 고민을 하고 또 벅찬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 모두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나의 약점을 비롯해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잘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앞으로 이 일을 업으로 삼기 위해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죠.
혹시 여러분이 지금 번역을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더라고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번역가로 직업을 전향할 수 없더라도 너무 속상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번역이라는 일은 나이를 먹고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아무리 많더라도 늦지 않습니다. 번역을 눈 감는 날까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쌓이는 경험과 연륜은 번역에 피가 되고 살이 되죠. 그러니 내가 번역가로 데뷔할 여건이 될 때까지 조금씩 번역 공부를 하면서 때를 기다리면 됩니다.
저도 처음에 이 분야로 전향할 때 늦은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절대적으로 늦은 나이는 없죠.
내가 이 나이에 이 일을 하겠다고 정했다면 그건 그 사람 인생을 통틀어 볼 때 결코 늦은 시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며 남은 인생을 사느니 조금 늦은 것 같더라도 빨리 방향을 바꿔서 행복하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살아지는 대로 생각이 맞춰지게 되는 것이죠.
2년 동안, 아니 공부한 시간까지 합쳐 3년 동안 회사를 다녔으면 물론 돈은 조금 더 벌었겠죠.
하지만 그만큼 꿈을 향해 가는 시간은 늦춰졌을 것입니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은 대가로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인생은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색연필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도 몰라 우왕좌왕 대다가, 색연필 쥐는 법을 알고 나서부터는 무작정 그리고 봅니다. 10대, 20대가 그렇죠.
그러다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타인을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망설이게 됩니다.
남들이 내 그림을 평가하지는 않을까, 내 그림을 보고 나를 판단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머뭇거리게 되죠.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그림에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누가 봐도 멋진 그림을 그릴 경우 우리 집을 방문한 사람들이 잠시 그 그림을 보고 탄복하겠지요.
남이 그린 그림을 모방해 그럴듯하게 꾸민 그림은 남의 부러움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림은 전시용 그림일 뿐이지 나 자신을 온전히 표현한 그림이 아닙니다.
한 획, 한 획 나 스스로 정성 들여 그림을 완성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우리 집에 걸어둘 그림은 나만 만족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내가 볼 그림이니까요.
내 눈에 반짝거리는 그림, 모두가 인생의 남은 시기에는 그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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