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라면 세계 최대 프리랜서 사이트 프로즈 닷컴(Proz.com)에 대해 들어보셨을 텐데요,
오늘은 이 사이트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볼까 합니다.
저는 출판번역을 주로 하고 있어서 이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출판번역이 들이는 공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달러를 좀 벌어보고자 이 사이트에 가입했습니다.
프로필을 작성하고 제가 받는 번역료, 제가 제공하는 서비스 등을 기입한 뒤 포트폴리오, 이력서 작성까지 마쳤어요.
그런데 영한이든 한영이든 생각보다 올라오는 의뢰 건수가 많아 보이지 않아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유료 회원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 있더라고요.
잠시 고민하고 서치를 한 뒤 1년만 딱 해보자고 결정했죠. Proz.com 1년 회원 가입비가 130달러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Proz.com 유료 회원 혜택은?
Proz.com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자 아예 메인 화면부터가 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올라오는 의뢰가 유료 회원이 아닐 때와는 달랐어요.
그러니까 일단 유료 회원에게만 먼저 보여지는 화면이 있는 거였죠.
그 때부터는 신이 나서 계속 지원한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결론은 어땠을까요?
저의 생각과는 달리 단가가 너무 낮았습니다.
저는 출판 번역보다는 나은 단가에 일하기 위해 proz.com을 이용하고자 한 것인데 그 정도 단가에 일하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
보통 영한은 0.08달러/단어
한영은 0.256/단어
는 되어야 한다고 기술 번역 전문가께서 한 영상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을 제시하는 곳이 대부분이었죠.
제가 가입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런 단가를 제안받는 걸지도 모르지만 아예 일정한 단가를 제시해 놓은 의뢰 건도 많았거든요.
Proz.com에 사기꾼이?
게다가 이 사이트에는 사기꾼이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저는 다행히 사기당할 뻔하는 순간에 그쳤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납니다. 과정을 살짝 공개하면 다음과 같아요.
1. 사기꾼이 번역을 의뢰하는 메일을 보낸다. 파일과 함께.
2. 선금으로 50퍼센트를 보내주겠다고 한다(수표로)
여기에서부터 이상한데 개인 수표가 아니라 cashier's check로 보내준다고 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개인 간의 거래는 개인 수표로 하면 그만이므로 굳이 cashier's check로 보낼 필요가 없다.
3. 수표를 fedex로 보내준다. 이 수표에는 의뢰인이 언급했던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이 적혀 있다.
4. 수표가 도착하면 그때부터 말이 길어진다.
자기 회계사가 잘못된 금액을 보냈으니(나의 경우 아들 휠체어 비용이 거기에 포함된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차액만큼 자신에게 보내달라고 한다. 수표가 입금되면 은행계좌에 들어가는 데 하루 이틀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 차를 이용해 차액(대략 800달러)을 챙기려는 속셈인 듯하다.
저의 경우 그건 안 된다고 한 번 받은 수표를 돌려줄 수는 없다고 강경하게 나갔더니 그럼 그 금액을 전체 금액으로 치면 어떠냐는 제안이 왔습니다. 마치 진짜 번역을 의뢰하고는 내고를 하려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사기가 아닌가, 잠시 안심했으나 자꾸 은행에 갈 때 말하라고 하고 빨리 은행에 가라고 재촉하는 모양새가 이상해서 구글에 'check frauds'를 쳐보았죠.
검색 결과 수표가 진짜인지 알아보려면 해당 은행에 전화해서 확인하는 편이 가장 좋다 했어요. 곧바로 전화를 걸어 확인했더니 담당자가 무효한 수표라고 했습니다. 이때에는 수표에 적힌 번호가 아니라 수표에 찍혀 있는 은행을 구글에서 직접 검색해 사이트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야 해요. 수표 자체가 가짜이기에 거기에 적힌 번호로 해봤자 한 통속인 사람들에게 전화하는 꼴이거든요.
저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사기인 걸 깨달았지만 어리바리하게 굴다가는, 특히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사기를 당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차액을 챙기는 것 말고도 뭔가 다른 방법으로, 그러니까 제가 그 가짜 수표를 일단 제 계좌에 입금하면 그쪽에서 제 계좌에 침투해 뭔가 불량한 짓을 시도할 수도 있는 구조인 듯했습니다.
이런 사기도 당할 뻔하고 단가도 제가 생각한 것과 너무 달라서 저는 결국 아직 이 사이트를 통해 일을 한 적은 없어요.
아깝게 유료 회원 가입비만 날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그러지 않았으면 결국 이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기회를 엿보았을 테니까 딱히 아쉽지는 않아요.
물론 기술번역으로 차곡차곡 실력과 경력을 쌓고 계시는 분은 이 사이트를 통해 어느 정도 도움을 볼 수 있겠지만 저는 이미 출판번역을 오랫동안 해온 상황이라 다시 기술번역에서 맨땅에 해당하듯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는 수고를 들이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고요.
한눈팔지 말고 그냥 출판번역이나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오랜 만에 받아본 기술번역 파일은 정말이지 너무 하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거든요...
이 사이트를 이용해보신 분들도 처음에는 여기를 통해 클라이언트를 구했으나 나중에는 그런 클라이언트 몇 명과 별도로 작업을 하게 된 이후로는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장기적으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해보입니다.
뭐 모든 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겠지만요.
이상 개인적으로 proz.com 이용한 후기였어요. 이 사이트가 궁굼하셨다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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