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운영하는 다른 블로그에는 종종 상담글이 달리곤 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번역가로 진로를 바꿀까 고민이 되는데 조언을 부탁한다고 말이지요.
주위에 상의할 사람이 없어서 그러니 제발 짧게만이라도 답변을 부탁한다고 말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 그런 글에는 보통 성심성의껏 답을 남기는 편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번역을 할까 고민하던 당시, 제가 의존할 수 있는 것은 《나도 번역 한 번 해볼까?》라는 책이 전부였습니다. 주위에 이 쪽 분야에서 일을 하던 사람도 아예 없었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죠.
저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이미 새로운 진로를 택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경우가 많습니다.
힘이 되는 말을 듣고 싶은 것뿐이었던 거죠. 낯선이 일지언정 먼저 가본 누군가가 괜찮다고, 그 꿈을 응원한다고 말해주면 용기 있게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 같은 심정을 저 또한 모르지 않기 때문에 저는 저에게 정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간혹 일의 본질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까요?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요.
알다시피 모든 일에는 좋은 부분만 존재하지도, 싫은 부분만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저의 직장생활만 돌아봐도 그렇습니다. 마지막에는 싫어어 떠났지만 5년이나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넉넉한 월급이었든, 새로운 세상을 향한 호기심이었든 뭔가 저에게 플러스가 되는 부분이 존재했기 때문이었죠. .
번역이라는 일 역시 좋아서 선택한다 해도 마냥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4대 보험 없는 불안정한 신분과 경제적 고단함에 지치기도 할 거예요.
그러니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단점들이 사소하게 느껴질 만큼 좋을지는 길을 건너본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영어 토익 점수가 이러이러한데 제가 번역가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질문을 던지는 이들도 답을 알고 있을 거예요.
터무니없는 실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부족하면 더 공부하면 된다는 것을요. 욕심과 현실 사이에서 무언가를 저울질하는 듯한 모습 앞에서는 객관적인 대답이 아무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제가 읽었던 책의 한 구절로 답을 대신하고 싶네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대게 '하다'와 '되다'를 혼동하는 데서 온다. 어느 독립영화감독을 인터뷰할 때다. 보통은 영화를 하고 싶으면 시험 쳐서 영화과 진학부터 하던데 당신은 무슨 배짱으로 덜컥 월세 보증금 빼서 영화부터 찍었냐고 물었다. "그 사람들은 영화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 거겠죠. 하고 싶으면 어떤 식으로든 하면 됩니다. 그런데 되고 싶어 하니까 문제인 거예요. 성공한 누군가를 동경하면서요."
《혼자서 완전하게》, 이숙명
우리 모두 최고의 번역가가 되기는 힘들지라도 '번역하는 사람'이 될 수는 있을 거예요.
잘 나가는 번역가가 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우선 '번역'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그러다 보면 내 실력이 보일 것이고 부족한 실력은 공부해서 위로 끌어올리면 됩니다.
번역이라는 걸 하고 싶어서 무작정 이 바닥에 뛰어들어 여기까지 온 사람으로서 해 줄 말은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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