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찍기 전까지 방심은 금물(내 책 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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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정보/자기계발

도장 찍기 전까지 방심은 금물(내 책 내는 법)

by 글 쓰는 번역가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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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제의가 들어온 지 거의 5개월 만에 저는 드디어 계약서에 도장을 쾅쾅 찍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라는 든든한 동지를 얻게 된 것이죠. 

 

출판사는 독자와 저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합니다. 저자가 자기 글에 빠져 간과할 수 있는 핵심 사항을 집어내주죠.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이 어떠한 효용이 있을지 생각해 저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줍니다. 

 

가령 제가 쓴 책은 장르가 애매했는데 출판사에서는 여행 서적 쪽으로도 홍보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사진도 많이 넣고 지도도 넣었어요. 

 

코로나19가 조금씩 안정되면서 슬슬 해외여행에 다시 시동이 걸릴 즈음을 고려해서 출간 시기도 잡았고요. 저 혼자 책을 만들었다면 그런 부분은 포착하지 못했을 거예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부터 6개월 내에 완고를 보내고 12개월 내에 출간 등의 조건이 있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오래 걸릴까 싶었어요. 원고도 거의 완성되었겠다, 한두 달이면 되겠지 싶었지요.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제 책만 파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저자들도 있고 외서 출간 일정도 있습니다. 출간한 저자가 행사 차 이리저리 바쁘면 거기도 따라다녀야 하는 등 출판사도 나름 일정이 빡빡하답니다.  

 

 

계약을 한 시점이 3월이었는데 원고 수정 작업이 여러 번 오가고 본문에 맞게 사진을 배치하는 작업, 지도 작성 작업까지 분주하게 진행하다 보니 어느 새 7월이 되었습니다. 제가 쓴 글이 정말 종이에 인쇄되어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꼼꼼히 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7월 무렵 출간될 줄 알았던 책은 중소출판사 출판 지원 사업에 신청한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 2개월이 미뤄졌어요. 

 

대표님은 아무래도 꼼꼼히 한 번 더 보면 좋겠다며 7월 한 달을 다시 주셨어요. 다행히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 지원 사업에 합격했고 그 기간을 이용해 저는 글을 많이 다듬을 수 있었어요. 정말 최종 원고라고 생각하고 작업했는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보니 수정할 부분이 아직도 많았더라고요.

 

물론 모든 책이 저의 경우처럼 진행되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꼼꼼한 출판사를 만나기도 했고 저의 실력이 부족해서 그랬을 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수정 작업을 통해 결과물의 질이 향상되어 저는 천만다행으로 생각합니다.

 

 

# 여러 출판사에게 출간 제의가 들어올 경우 어떠한 출판사와 계약해야 할까?

 

첫 책을 출간하는 사람이라면 출판사의 크기와 관계없이 꼼꼼하다고 알려진 출판사와 거래하기를 추천 드려요. 

 

대형 출판사는 출간 예정인 책들이 많아서 내 책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큰 출판사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1인 출판사의 경우 출간이 하염없이 미뤄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셔야 하고요. 

 

사실 저 역시 1인 출판사에서도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1인 출판사여서 아직 출간된 책이 딱 한 권 밖에 없는 출판사였죠. 나름 브런치 대상 수상작을 출간한 출판사이길래 호기심이 생겼지만 이미 다른 출판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상태였기에 사정을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그 출판사에서는 아쉽다며 제가 전자책으로 출간한 두 권의 책을 종이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저로서는 이게 웬 횡재냐 하는 생각이 들었죠.

 

두 권의 전자책이 이런 식으로 빛을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제가 한 새로운 시도 덕분에 과거의 노력이 빛을 본다는 생각에 두 배로 기뻤습니다. 

 

 

일단은 한 권만 계약을 했습니다. 그때까지 책방 책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은 상태라 이러다 이 책이 먼저 나오는 거 아니냐며 혼자 들뜨기도 했죠. 한꺼번에 세 권의 책이 나오는 경사라며.

 

하지만 사람 일이 어디 뜻대로 되나요? 계약하고 곧바로 완고를 보내드렸지만 1인 출판사에서는 답이 없었어요. 점점 초조해진 저는 한 달 간격으로 문의를 드렸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죠. 

 

3개월쯤 지났을까요, 처음 저한테 연락 주셨던 인스타를 통해 DM을 드려봤습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냐고. 그랬더니 연락이 오더라고요. 사정이 힘들어서 취업을 하셨다고. 당분간 책 출간이 힘들 거라고. 투자도 받고 있다면 긍정적인 말도 해주셨지만 큰 기대는 안 하기로 했어요.

 

 

1인 출판사와 계약할 때에는 반드시 유의하세요. 저는 1인 출판사와 번역 거래도 여러 번 해봤기에 별 문제없을 거라고 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합니다. 

 

책 출간에 드는 돈을 생각했을 때 독자의 반응이 별로일 경우 손해를 볼 테니 이해는 됩니다. 브런치 대상 수상작으로도 겨우 본전 수익이 나고 본인 인건비는 거의 없던 터라 제 책을 잘 팔아볼 자신이 없으셨다고 합니다. 

 

1인 출판사에서 밖에 의뢰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럴 경우 최소한 10권 정도의 책이 출간된 출판사인지 확인해 보세요. 

 

저에게 의뢰를 하셨던 분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열정만 가득하고 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경우였거든요. 1인 출판사더라도 기반이 단단한 곳은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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