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공부하는 법(한국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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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Life/번역가 되는 법

번역공부하는 법(한국어 공부)

by 글 쓰는 번역가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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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공부가 왜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안타깝게도 이런 답변을 해야 할 것 같다. 번역에서는 외국어 실력보다 한국어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한국어가 모국어인 우리는 내가 한국어를 당연히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말 겨루기>라는 TV 프로를 본 적 있는가? 무려 2003년부터 아직까지도 방영되고 있는 이 장수 프로그램을 보면 띄어쓰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하다. 나는 미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자극을 받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꼭 챙겨 봤었다. 번역가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교재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우리말 공부를 해야 한다.

 

한국어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잘 모르겠다면 아래 글을 읽어보기 바란다.

 

“번역에 필요한 자질 중에 ‘외국어 실력’과 ‘전문지식’이 각각 30퍼센트의 비중을 점한다면, ‘우리말 구사 능력’은 40퍼센트 정도 차지한다고 본다. 번역가에 따라 각각의 수치가 20퍼센트나 50퍼센트 등으로 달라질 여지는 있겠지만, 우리말 표현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에 아무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번역가로 꼽히는 이윤기, 안정효, 김석희 등이 번역가인 동시에 ‘소설가’이기도 하다는 것은 번역에서 우리말 표현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웅변해주고 있다.”

 

《번역은 반역인가》, 박상익

 

 

한국어다운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한국어의 특징을 별도로 공부해두면 좋다. 주어의 생략이 잦고 동사의 활용이 다양한 한국어의 특징을 공부하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한국어의 맛이 느껴질 것이다. 내 문장이 어색했던 이유가 파악이 되며 한국어라는 언어의 고유성도 알게 된다. 한국어의 특징을 아는 상태에서 번역을 하면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이 조금은 수월해진다. 《번역의 탄생》처럼 책 전반 걸쳐 한국어의 특징을 다루는 책들을 참고해 공부하기 바란다.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역시 번역가라면 필독서다.

 

띄어쓰기나 맞춤법, 자연스러운 한국어 구사하는 법 역시 관련 책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 한국어 문법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 역시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데 개인적으로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와 《끝내주는 맞춤법》을 추천한다. 단순히 읽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나의 글에 적용하는 것도 잊지 말기 바란다. 전반적인 우리말 어휘 공부를 하려면 《어감사전》이나 《어른의 어휘력》, 《동사의 맛》 같은 책을 참고하면 좋다.

 

내가 쓸 수 있는 한국어 표현을 늘리고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력과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어로 된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한국 작가가 쓴 책을 읽으면 아름다운 한국어 표현과 문장 구사 능력을 배울 수 있으면 다른 번역가가 옮긴 책을 읽으면 내가 배울 점이나 놓치고 있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생각도 못한 참신한 표현을 얻어갈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자신의 번역 분야에 도움이 되는 글을 읽는 것이 좋겠지만 번역가라면 편식을 하지 말고 다양한 유형의 글을 읽기를 권한다. 나는 소설가나 시인의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맛깔스럽고 생생한 언어를 쓰는 소설가, 언어를 경제적으로 다룰 줄 아는 시인은 나의 숨은 번역 스승이다.

 

지금 당장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작은 노력들이 쌓여 나의 번역문에 반영이 되기 마련이다. 한국어 공부는 외국어 공부처럼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우리말에 내가 상당히 무지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겸손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하루에 3시간을 공부하겠다고 욕심내지 말고 하루에 30분 만이라도 꾸준하게 1년 공부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한다. 번역가라면 조금씩 평생 공부할 각오를 해야 한다. 어떻게 평생 공부를 하냐며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번역가라면 그래야 한다. 하지만 공부라는 개념을 조금만 확장시키면 번역 공부는 크게 어렵지 않다.

 

공부를 한다고 하면 보통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달달 암기하거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거나 학원에 다니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책들이나 한국어 책을 읽는 것이 꼭 한 자리에 앉아서 할 수 있는 공부는 아니다. 아무 곳에서나 펼쳐볼 수 있도록 나의 눈이 자주 닿는 곳에 두고 틈틈이 읽으면 된다.

 

위에서 설명한 공부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공부는 서로 겹쳐지면서 시너지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하나를 마치고 또 하나를 하는 식으로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이 끌리는 부분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한국어로 된 책을 많이 읽다 보면 한국어의 특징이 궁금해져서 《번역의 탄생》을 꺼내보게 되고 띄어쓰기나 문법이 궁금해져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같은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공부에도 흐름이 있기 마련이다. 정해진 분량을 오늘 내에 무조건 마치겠다는 고정된 목표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가자.

 

https://libraryoftranslatorj.tistory.com/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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