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있는 영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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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영어 공부 방법

재미 있는 영어 공부

by 글 쓰는 번역가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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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때만해도 동네에는 책대여 전문점이 있었습니다.

 

주로 아빠랑 함께 갔죠.

 

중학생 무렵이었는데, 『다락방의 꽃들』에서 『퇴마록』, 『태백산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골라보던 재미가 어린 저에게는 사탕을 골라먹는 재미만큼이나 쏠쏠했습니다.

 

권 당 300원에서 5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퇴마록이나 태백산맥 같은 책들은 온가족이 함께 읽었으니 소위 뽕을 뽑고도 남았지요. 

 

 

제가 어떤 책을 고르든 아빠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습니다.

 

그 결과 저는 스스로 책을 고르는 재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재미나는 것, 즐거운 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몸소 느끼는 경험은 한 자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덕분에 제 인생에서 책은 하나의 취미이자 삶의 동반자로서 제 옆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게 책에 대한 취향을 쌓아왔던 것과는 달리 영어 공부에 있어서는 취향이 배제된 채 지겨운 학습만을 반복해왔습니다.

 

어린 시절 제 영어 공부의 환경이 남들보다 뒤쳐졌다고 볼 수는 없는데 말이지요. 

 

 

재미 있는 영어 공부, 내 영어 공부의 지난한 역사

 

저희 어머니는 윤선생이었습니다.

 

윤선생 영어 교실의 그 ‘윤선생’ 말이지요.

 

겨울밤, 엄마가 늦게 오는 날이면 언니랑 밖에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엄마를 기다리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엄마가 되어 엄마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어린 두 딸을 두고 엄마가 얼마나 종종대며 걸어왔을지 가슴이 철렁거립니다. 

 

 

그렇게 엄마의 희생 덕분에 저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영어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언니가 나가는 영어 발표 대회에 저는 나이가 어려 못나간다는 얘기를 듣고 하루 종일 속상해 할 만큼 집요한 욕심도 있었고요.

 

그게 영어를 향한 욕심인지,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인지는 분간이 안가지만 하여튼 시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어와의 첫 만남치고는 괜찮았지요.

 

극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이후의 기억은 솔직히 남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결혼 생활이었죠.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들었고 대학교에서는 토플이나 토익 공부를 했습니다.

 

딱히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은 없었으며 남들이 정해 놓은 공부 방법, 정확히 말하면 정부와 사교육 시장이 정해 놓은 틀 속에서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내가 택한 방법이 아니었죠.

 

아니, 내가 택할 만한 환경도 아니었고 그만큼 넓은 시야에서 영어를 바라볼 그릇도 안 되었다고 하는 게 맞겠네요.

 

 

노래처럼 아름다운 다른 나라 말을 술술 내뱉어 보겠다는 목적의식이나 언어의 아름다움을 체화해보는 뿌듯한 과정 하나 없이 그저 단어를 하나 더 외우고 문장을 한 개 더 해석하고 문제를 하나 더 맞힐 때마다 기뻐하는 그런 공부를 했습니다.

 

그 방법이 맞는지 틀린지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지요.

 

 

그러던 공부가 경로를 튼 건 통번역 대학원 입시 준비를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그 동안 배워온 많은 것이 흔들렸죠. 진폭이 넓은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더 많은 단어와 더 많은 문장을 해석할 줄 알아야 했고 들어야 할 줄 알아야 했으며 내뱉을 줄 알아야 했습니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모든 영역이 어우러지는 공부였지만 기본기가 부족한 저로서는 튼튼한 기초공사를 제쳐두고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가설물 위에 콘크리트만 퍼붓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운 좋게 통번역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한 쪽으로 치우친 공부는 제 영어의 불균형을 가속화시켰습니다.

 

좋아하고 잘하는 부분만 파고드니 외부의 비난은 면했지만 내 안의 내가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어를 업으로 하는 사람의 책임감이랄까, ‘이래갖고 영어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이 싹트기 시작했죠.

 

 

그러던 차 미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뿌리부터 들썩들썩 흔들렸죠.

 

손으로는 어려운 문장을 그럴 듯하게 옮기는 저의 입에서 문법이 아작 난 영어가 나왔습니다.

 

저의 영어 말하기 실력은 한 마디로 복불복이었습니다.

 

제가 쌓아올렸던 성은 결코 견고하지 않았던 거였죠. 누군가 잘못 뽑아내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지는 젠가처럼 허점 투성이였습니다.


 

잘못된 영어 공부 방법이나 환경 탓에 이렇게 된 거라면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으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실천에 옮긴다는 행위를 얕잡아 봤죠. 하지만 제가 크게 간과하고 있던 점이 있었으니 바로 예전과는 다른 나의 처지(?)였습니다.

 

하루 종일 영어 공부만 할 수 있었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일도 하고 아이도 돌보고 살림도 하는, 그야말로 일인 삼종 경기를 뛰고 있었으니까요.  

 

 

무작정 돌진하는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큰 욕심에서 벗어나 위에서 저를 내려다보기 시작했죠. 일단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야겠다 싶었습니다. 영어의 스트레스에 갇혀본 사람은 잘 알 것입니다.

 

욕심은 커져만 가는데 그럴수록 스트레스의 소용돌이 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죠. 

 

아이가 커가면서 나보다 영어를 잘 하게 될 텐데, 발음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보다 단어를 더 모르면 어쩌나, 문법도 틀리면 어쩌나, 말도 어눌하면 어쩌나, 아이의 친구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고민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 하루는 잠까지 설쳤더랍니다.

 

게다가 아이가 커가면서 속하게 될 단체에서도 어느 학부모 못지않게, 아이가 부끄럽지 않게 처신하고 싶었습니다. 

 

 

 

재미 있는 영어 공부, 어린 시절의 설렘대로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에서 그렇게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문득 ‘내 마음 가는 대로 즐겁게 공부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계획을 세워 공부한다 한들, 지켜지리라는 보장이 없는 하루를 보내는 지금, 지켜지지 못한 계획 앞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하루에 그냥 한 단락이라도 읽고 즐거움을 느끼는 공부를 하자고 마음먹었죠.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어린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책 대여점에 들어서던 제 모습이 떠오르며 그 때의 보송보송한 마음이 되살아나더군요.

 

남들이 좋다하는 방법에 귀를 쫑긋 세우고 그 방법을 시행하기 위해 미친 듯이 제 자신을 몰아붙였던 2, 30대의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자 순수했던 10대의 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어린 시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였습니다. 

 

 

 

어린 아이의 삶에서 재미를 제거하면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재미’는 아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어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퍽퍽한 삶에 재미마저 없는 공부마저 하려면 괴로울 수밖에요. 그래서 전 이제부터 재미나게 공부하려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내가 좋아하는 원서를 보고 내가 끌리는 지문을 읽고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공부하려 합니다. 

 

 

저에게 영어는 생계 수단이기도 하지만 독서와 더불어 삶의 활력소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지루하고 따분한 공부 방법으로 그 재미를 빼앗길 수는 없죠.

 

저는 언제든 영어와 즐거운 얼굴로 마주하고 싶습니다.

 

억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찡그린 표정으로 마주하면 영어도 그걸 알아채고는 제 안으로 들어오기를 거부합니다.

 

그리하여 이제부터는 영어 지문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전부 취하려는 자린고비식 영어 공부가 아니라 이 세상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재미있는 영어 공부를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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