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연수와 조기 유학에 대해(영어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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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영어 공부 방법

어학 연수와 조기 유학에 대해(영어 공부)

by 글 쓰는 번역가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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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거의 10년도 더 전에 대한항공 입사시험을 보았습니다.

 

토론면접 단계였는데, 주제가 ‘조기유학’에 관한 거였죠. 찬반을 두고 토론을 진행해야 했는데, 저의 생각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담당자가 지정해주는 대로 찬반으로 갈리어 다른 경쟁자들과 토론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 제가 어떠한 주장을 펼쳤는지, 조기 유학에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조기 유학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인 ‘어학연수’에 대해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 얘기를 꺼내봤습니다.

 


영어 공부, 어학 연수의 허상

 

어학 연수는 초등학교 때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학생이 되어 떠나는 사례가 많습니다.

 

종로나 강남역 등 어학원이 집중되어 있는 곳에 가면 어학연수를 중재해주는 기관들이 상당히 많이 밀집되어 있죠. 심지어 제가 살고 있는 뉴욕의 한인 타운에 가도 수많은 어학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미 한국에서 절차를 다 밟고 왔을 텐데 여기에서까지 또 다른 ‘한국어 학원’이 필요한 걸까요?

 

저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수요가 있으니 운영이 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어학 연수가 보편화되었고 이력서에 어학연수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힘들다고 하지만 그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가 어학연수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학원 비용에 현지 체류비까지 합치면, 어디를 가느냐, 얼마나 머무느냐에 따라 수천에서 간혹 수억까지 들기도 하죠. 삼포세대, 99만원 세대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어학 연수를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2000년 초반만 해도 어학 연수를 많이 가기는 했지만 모두가 가야 하는 것처럼 압박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몸담고 있던 공대에서는 취업 시 어학 연수가 필수도 아니었고요.

 

가뜩이나 비싼 등록금에 부모님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겨 드리기는 싫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벌어서 가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크게 미련이 남지는 않습니다.

 

한 때는 잠시 주눅이 들기도 하고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게 아쉽기도 했지만 어린 마음에 잠시 그랬을 뿐, 제가 1, 2년 다녀왔다고 얼마나 실력이 늘었을지 생각해 보면 그다지 아쉽지 않더군요.

 

제 주위에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저보다 영어 실력이 월등이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저처럼 막상 영어를 업으로 삼고 있는 경우도 없고요.

 

 

어학 연수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이 한창 놀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게 많은 20대에 떠난다는 사실입니다.

 

모두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새로운 문화와 환경, 친구들에게 홀딱 빠져버리는 거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영어 공부에는 소홀하게 됩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꿋꿋이 영어 공부만 하는 독종도 있겠지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유혹을 견디기 힘들 것입니다. 

 


 

어학 연수의 목적이 ‘영어 공부’가 아니라 ‘문화 체험’인 사람도 많습니다.

 

그래서 굳이 영어 공부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만끽해 보곤 하죠. 이 또한 나쁘지는 않습니다.

 

젊을 때에는 온갖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으니까요. 

 

 

다만 영어 공부만 놓고 봤을 때에는 비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차라리 그 시간과 돈으로 국내에서 꾸준히 공부하는 게 실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요새는 영어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재와 도구가 넘쳐납니다.

 

어떠한 교재를 이용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죠. 따라서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정 가고 싶으면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향상시킨 뒤에, 실력 점검 차 가기를 권유합니다.

 

서른이 됐든, 마흔이 됐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생을 즐기고 싶은 열정이 어느 정도 사그라진 뒤에 가야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좋습니다.

 

빈 머리로 가는 것보다는 머릿속을 어느 정도 채운 뒤에 가야 습득할 수 있는 범위도 훨씬 넓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간혹 나이가 들어서 어학 연수를 가면 발음이 나빠질까봐 걱정하는 분이 있는데, 실제로 어학연수를 잠시 다녀왔다고 원어민처럼 발음을 구사할 수 있는 어른은 없습니다.

 

그 고민을 할 시간에 완벽한 문법을 구사하는 연습을 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자연스럽고 어법에 맞는 영어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예를 들어보죠. 물론 그분의 발음이나 언어 사용이 100퍼센트 자연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그분의 자서전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그분은 두메산골에서 책으로만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외국인들을 접하면서 공부한 게 아니니 발음이 어색해질 수밖에 없었죠.

 

당시에는 지금처럼 어학교재가 많았던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강했고 그렇게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한 결과 그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보기엔 ‘어색한 발음’으로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셨고요.

 

 

어학 연수를 갈 여력이 안 되어 속상한 분이 있다면 한 마디 드리겠습니다.

 

영어 공부는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풍족하고 여유로운 환경보다는 조금은 부족한 환경이 나를 더욱 채찍질해줍니다(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세계방방곡곡을 다닌 강경화 외부무 장관을 비롯해 기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우리의 논의 대상 밖으로 보겠습니다).

 

유명한 통번역사 중에는 ‘국내파’가 꽤 많습니다.

 

그들 앞에 붙은 ‘국내파’라는 수식어가 언제부턴가 더욱 빛나 보이는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조기 유학에 관하여

 

 

자녀의 조기 유학에 목매는 사람에게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 씨의 글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영어의 조기 교육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향해 그가 1998년에 펼친 견해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나와 함께 미국으로 간 아들은 8년째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다. 지금은 영화를 공부하는 대학 2년생이 되어 있는 아들은 지난겨울, 영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었고 영어라는 무기를 확보하여 무한경쟁시대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었으니만큼, 일찍 영어 학습 환경을 만들어준 부모에게 무척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효율의 측면만 본다면 맞다.

 

 하지만 내 딸은 다른 길을 갈 모양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도미한 딸의 영어는, 한국어 발음 습관의 잔재가 약간 묻어 있는 아들의 영어와는 달리 현지인 영어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딸은 재작년, 입시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귀국을 고집했다. 딸은 너무 늦기 전에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싶다고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간 아들 영어와 초등학교 5학년 때 간 딸의 영어 사이에 가로놓인 간극은, 2년 세월로 간단하게 건너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들의 경우 어휘가 풍부하고 표현이 세련될 수는 있을지언정 현지인 발음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는 뜻에서, 나는 영어 조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동한다. 그러나 영어 조기 교육이 민족어 교육에 지장이 될 정도로 강화되는 것에는 절대로 찬성하지 않는다. 영어가 판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주장은 부정하지 않지만, 영어 교육을 민족어 교육에 앞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나 민족어가 사멸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민족어라는 것은, 언어문화 현장에서 효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말을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귀국하겠다는 딸의 생각에서 민족어의 뜨거운 생명력을 본다. 모국어가 완벽한 실존적 습관이 되지 않는 한, 자신은 영원한 정신적 이방인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딸의 생각을 나는 소중하게 길어 올린다. 네덜란드인들은 모국어를 버리지 않고도 대개 2, 3개의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쓴다.“

 

 

 

자식을 아무리 조기 유학 보내봤자 선택은 결국 자식의 몫일 뿐 부모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욕심에 자식은 ‘영원한 정신적 이방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해외에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이 부분이 가장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아이의 모국어 습득에 신경 쓰고 있죠. 

 

 

어릴 때부터 영어 학습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어설프게 조기 유학을 보내느라 기러기 아빠나 엄마가 양산되고 아이들은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최악의 영어를 배우고 돌아오는 실태를 생각했을 때 무조건 조기 유학을 지지하는 분위기는 지양되어야 합니다. 

 

『여행을 믿는다』의 저자처럼 여행지에서 아이가 ‘헬로우’ 한 마디 하는 것에 만족해할 줄 아는, 조급해하지 않는 엄마, 아빠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영어 공부 방법(문화에 노출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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