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할 때 명심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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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영어 공부 방법

영어 공부할 때 명심해야 할 것들

by 글 쓰는 번역가 2021.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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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저는 영어를 정복해야 할 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파른 길을 오를 때도 있었고 힘들 때면 요령껏 평지를 골라 다니기도 했죠.

 

힘들 때면 산꼭대기를 바라보며 언젠가는 올라갈 수 있겠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거렸습니다.

 

하지만 영어로 밥벌이를 하는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는 정복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복’이라는 적대적인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고요. 

 


간혹 드디어 영어를 정복했다고 말하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정말 영어를 정복했을까요? 그들이 생각하는 정복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미드를 90퍼센트 정도 알아듣고 의사소통에 별 지장이 없는 정도?

 

하지만 미드의 수준도 천차만별이라 저 역시 어떤 미드는 90퍼센트 정도 알아듣지만 욕설과 문화적인 요소가 가득한 미드는 50퍼센트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의사소통 역시 깔끔한 발음을 구사하는 상대와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강한 악센트가 들어간 발음이나 지나치게 빠르게 말하는 상대와의 대화에서는 귀를 쫑긋하고 들어도 놓치는 부분이 발생합니다.  

 

 

 

1. 영어 공부, 영어와의 거리 좁히기

 

결국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영어라는 언어에 얼마나 익숙해지느냐의 문제지 정복의 차원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집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저의 경우 번역가가 되기 전에 원서를 읽을 때와 지금 원서를 읽을 때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영어와 그만큼 친숙해진 거죠. 원서를 비롯한 영어 문서를 접한 횟수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사람도 자주 보면 볼수록 친해지고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설어 보이는 문장 구조도 계속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가와 어느 순간 말로 내뱉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친숙해지는 과정을 생략한 채, 빠르게 영어를 정복하려고 해서 부작용을 겪습니다.

 

상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않은 채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훅 들어오려는 사람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영어가 너무 어렵다거나 해도 늘지 않는다는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과연 내가 영어와 친해지려는 과정을 충분히 가졌는지 뒤돌아보세요. 

 


 

뒤에서 한 번 더 언급하겠지만 시중의 교재들 또한 우리가 영어와 친해지는 과정을 충분히 갖는 데 방해가 됩니다.

 

언어는 자주 접하고 최대한 많이 노출되어야 익숙해지는 것이건만, 이러한 교재들은 핵심 표현 200개, 사용빈도 높은 표현 100개 등 그것만 외우면 영어가 술술 나올 것처럼 홍보합니다. 

 

 

어느 정도 영어 공부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책들의 허상을 잘 알 것입니다.

 

저 역시 영어 공부의 하수일 때에는 그런 표현만 외우면 어느 정도 틀이 잡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온갖 확률들도 점철된 상황에 마주치자 그런 표현만 달달 외우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지요. 

 

 

영어 공부는 온갖 변수와 마주치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새로운 단어나 표현, 새로운 문장 구조를 접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지요.

 

따라서 기본적인 대화와 이해만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위 같은 교재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러한 교재를 통해 그 이상, 즉 초보적인 단계 너머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2. 영어 공부, 영어의 결대로 생각하기

 

영어를 잘 하는 사람도 영어의 홍수 속에 빠지다 보면 의외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면 우선 사고방식을 영어식으로 바꿔야 하는데, 한국어 사고방식에 갇힌 채로 영어를 공부하려 하는 거죠.

 

사고방식은 언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영어 공부를 하려면 우선 영어가 어떠한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구성된 언어인지 기본적인 특징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동안 여러 지문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이제 대충 감이 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어가 구체성에 강하다면 영어는 추상에 강합니다.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동사와 부사의 비중이 큰 반면, 영어는 한국어에 비해 명사와 형용사의 비중이 크죠.

 

영어는 대상을 고정된 실체로 분석하고 추상화하고 일반화하는 데 그만큼 강한 언어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한국어와 영어의 기본적인 특성만 알고 있어도 영어 문장이 왜 그렇게 쓰였는지 좀 더 쉽게 이해가 되며 소위 콩글리쉬를 남발할 확률도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리를 벌리지 마시오.’라는 글을 어떻게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Please, don’t spread your leg.” 정도로 번역하지 않을까 합니다.

 

뉴욕 지하철에 붙어 있는 문구는 “Stop the spread.”입니다. Spread를 아예 명사로 사용한 거죠.

 

이처럼 영어는 명사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한글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추상명사나 사물을 주어나 목적어로 잘 취하죠.

 

 

 

다른 예를 살펴볼까요? 은행 같은 공공 기관에 가면 묻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용건으로 오셨죠?

 

이 역시 한국식대로 그대로 번역해 “Why are you here?”라고 하면 어색하다 못해 무례한 영어가 되고 맙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이들은 이럴 때 “What brings you here?”라고 합니다.

 

무슨 용건이 당신을 여기로 데리고 왔냐는 식으로 추상명사를 주어 자리에 앉힌 거죠. 

 

우리는, 

I, am, a boy --> 나는, 이다, 소년

 

이런 식으로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지금도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때 무의식적으로 끊어서 번역하려 합니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이상 머릿속에서 이러한 과정이 진행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매 번 문장을 옮겨 영어를 내뱉으려 하다 보면 어색한 표현이 탄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여기에서 크게 갈립니다.

 

영어를 잘하는, 그래 보이는 사람은 영어를 할 때에는 영어식으로 사고합니다.

 

한국어를 사용할 때에는 한국식으로, 영어를 사용할 때에는 영어식으로 생각하는 것, 이것이 얼마나 자유자재로 전환이 되느냐가 그 사람의 영어 실력을 판가름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식으로 생각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무작정 단어를 하나씩 나열하기보다는 영어식으로 문장 자체를 바꿔야 하는 거죠.

 

간혹 영어를 잘 하는 사람 중에 남들이 쓴 어색한 영어 표현은 잘 골라내고 어떤 글이 더 영어다운지 판별할 수 있는 ‘눈’은 있는데 자신은 그러한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영어 좀 한다는 사람의 대부분이 그렇지요.

 

그런 사람이라면 조금만 더 노력을 기울여 그런 문장을 쓸 수 있는 능력까지 쉽게 갖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적습니다.

 

그만큼 한국인들에게 ‘영작’은 어려운 문제이죠. 

 

 

 

영어를 잘 하려면 ‘영어식 사고방식’에 익숙해지고 계속해서 영어식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면 『번역의 탄생』이라는 책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번역가를 위한 책이지만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합니다.

 

영어라는 언어와 한국어라는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 ‘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죠.

 

 

3. 영어 공부, 백 번 생각할 동안 한 문장이라도 읽고 말해보기

 

‘백 번 생각할 동안 한 문장이라도 읽자’는 아이를 낳고 또 다른 아이를 품고 있는 지금, 제가 철저하게 깨달은 진리이자 명제입니다. 

 

다니엘 페나크는 “책 읽는 시간은 언제나 훔친 시간이다.”라고 말합니다.

 

『읽기의 말들』의 저자 역시 “책 읽는 시간이 남아도는 이는 없다.

 

팔자가 늘어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사방으로 자신을 조여 오는 시간을 겨우 막아 내면서 여가를 확보한다.”라고 했습니다.

 

틈새 독서처럼 틈새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이처럼 실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이기 때문에 사실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고비가 많았습니다.

 

내 인생에서 영어 공부를 할 시간이 지금처럼 부족한 때에 없었는데, 지금 이러한 책을 쓰는 게 맞는가 하는 자구심 때문이었죠.

 

허나 제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제 상황에 반영되어 있기에 다시 용기를 내어 계속해서 책을 써 나가기로 했습니다.

 

욕심 내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단 한 단어라도 새로 접하는 게 제가 추구하는 영어 공부 방법이니까요.

 

조선 후기의 문신 홍석주는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큼 길게 한가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책을 편다면 평생 가도 책을 읽을 만한 날은 없다.

 

비록 아주 바쁜 중에도 한 글자를 읽을 만한 틈만 있으면 문득 한 글자라도 읽는 것이 옳다.”라고 했습니다. 

 

과한 목표는 핑계거리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영어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백 가지 만드는 동안 한 문장이라도 읽는 게 낫다는 건 알만한 나이이기에 오늘도 힘을 내 한 가지 표현이라도 건져보렵니다.

 

 

 

번역으로 영어 공부하기

줌파 라히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번역은 어떤 것을 읽는 가장 심오하고 친밀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두 언어, 두 텍스트, 두 작가 사이에서 일어나는 참으로 아름답고 역동적인 만남이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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