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에 창조성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읽기에 있는 것이며, 번역은 일차적으로 쓰기보다는 읽기의 문제다.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정영목
우리는 글을 읽을 때 자신의 맥락 내에서 이를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맥락은 해당 글에 대한 배경 지식, 문체의 친숙함 따위가 쌓이고 쌓여 형성된 이해력이겠죠. 이 맥락의 다름으로 인해 사람마다 각기 다른 독해를 하게 됩니다.
번역 역시 동일한 원문을 갖고도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정영목 교수님은 이를 두고 "인간의 언어는 성기기 때문에 번역의 반은 상상이다."라고 했습니다.
생각을 담아내는 언어의 상대적인 빈약성 때문에 글쓴이 자신조차 자신의 생각을 100퍼센트 담아냈다고 확신할 수 없는 글에 번역가는 자신만의 해석을 입힌 뒤 또다시 언어라는 성긴 형태 속에 이를 담아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번역가 자신조차 의식적으로 행하지 않습니다.
번역을 하면 할수록 잘 읽어내는 능력, 눈에 보이지 않는 "창조적 읽기로서의 번역"이 지닌 중요성이 크게 다가옵니다.
아무리 깔끔하고 맛깔난 한국어로 잘 번역했다 하더라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번역은 뉘앙스를 살리지도 못하고 때에 따라 오역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했던 번역이 어색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런 것을 잡아내지 못했던 탓이겠죠.
단순한 독해력이 아닌 문맥을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원서를 많이 읽는 수밖에 없습니다. 관심 분야의 책뿐만 아니라 난이도가 조금 있는 책도 읽으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하겠죠.
그리고 한국어로 된 책도 번역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교재입니다.
우리는 책을 읽는 동안 줄을 긋거나 필사를 하거나 아니면 가만히 생각에 잠기기도 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뇌 안에 기존에 없던 회로가 형성됩니다. 없었던 길이 생겨나며 사유의 깊이와 함께 창의력이 뻗어나가게 되는 거죠.
책은 배움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앎이 전제되어야 나름의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정보를 축적해야 하는 거죠.
개인적으로 기쁨의 독서를 권합니다.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독서가 아니라 관심 분야에서 가지치기를 해 나가는 독서 말이죠. 관심 분야의 책을 읽으며 그 책에서 소개하는 또 다른 책을 찾아 읽어나가는 식으로 진행하는 독서입니다.
저는 채널 예스에서 소개하는 명사의 서재 코너와 책읽아웃 팟캐스트를 좋아하는데, 전자는 좋은 책을 추천받기에 좋고 후자는 혼자서 읽은 책을 저자의 입장에서 다시 들여다보며 색다른 시각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되어 좋습니다.
번역은 기본적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행위, 그것도 상당히 깊은 수준에서 상대하는 행위이며, 그렇기 때문에 번역에는 번역가가 한 인간으로서 타자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반영되기 마련이다.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정영목
독서라는 능동적인 행위 역시 기본적으로는 타자를 상대하는 행위입니다. 독서가 그것을 몰래하는 거라면 번역은 그 과정이 버젓이 드러나는 행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번역은 골방에 틀어 박혀 하는 일 같지만 결국 세상에 대해, 저자에 대해, 그리고 저자가 그리는 세상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야 하는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https://libraryoftranslatorj.tistory.com/62?category=85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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