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료 올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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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Life/번역가 되는 법

번역료 올리는 방법

by 글 쓰는 번역가 2021.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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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돈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번역료 올리는 방법이죠. 

 

출판계는 큰돈이 움직이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번역료로 떼돈을 벌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출판사와 첫 거래를 할 때 저는 200자 원고지 한 매 당 2,500원을 받았습니다. 아무도 얼마를 받는 게 맞는 것인지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저 역시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죠.

 

사실 저에게 일을 맡겨준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 협상이고 뭐고 할 만한 상태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실력도 많이 부족했고요.

 

그전까지는 에이전시와 거래한 것이 전부였기에 출판사와 거래할 때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어요.  

 

 

 

 

 

 

 

훗날 저는 초보 번역가에게 대체로 3,500원이라는 번역료를 지급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모든 초보 번역가가 그런 황금길을 밟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요. 지금은 유명한 H번역가도 처음에는 2,500원으로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저의 형편없었을 실력에도 2,500원을 준 출판사 사장님께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하지만 여기에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었으니 에이전시와 처음 거래할 때에는 이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번역료를 받고 일했으며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일했다는 것이죠).

 

5년 쯤 지나자 이 바닥의 섭리에 따라 번역료를 3,000원으로 슬그머니 올려봤습니다. 시장에서 받아들여진 걸 보아 적당한 몸값이었나 봅니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새로운 출판사와 거래할 때에는 시작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훗날 거래가 계속 이어진다 하더라도 섣불리 번역료를 올려달라고 요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적정 번역료에서 너무 깍지 않을 것을 권합니다.

 

지금쯤 그냥 내 마음대로 올리면 안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그래도 괜찮습니다. 내 몸값은 내가 정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시장에서 받아줄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내 몸값보다 낮은 번역료를 제안했는데도 수많은 지원자가 몰리면 우리는 기세 등등하게 올렸던 번역료를 멋쩍게 다시 낮춰야 할지도 몰라요. 결국 모든 시장이 그렇듯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몸값을 높이려면 실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나 같은 번역가는 세고 셌을지도 몰라요.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마감부터 잘 지켜야 하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도 몸값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 몇 권 번역할 때는 원문을 옮기는 것만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역서가 쌓이고 문장을 매만지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내 문체란 게 쌓입니다. 그리고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생기죠.

 

물론 번역가는 내 문체를 내세우기보다는 작가의 문체를 드러내야 하는 사람이지만 번역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책 가운데에는 번역가와의 결이 중요한 책도 있습니다. 분명 어느 시점에는 나라는 사람의 글을 보고 그 글에 맞는 책을 들고 나를 찾아오는 클라이언트가 생깁니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나의 몸값을 올려야 합니다. 

참고로 몸값을 올리기 가장 적정한 시기는 새로운 출판사와 계약할 때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번 계약한 출판사와의 거래에서 갑자기 번역료를 올리기가 쉽지 않으므로 새로운 출판사와 계약할 때 처음부터 자신의 몸값을 당당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몸값에 정당한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샘플 번역에는 공을 들여 내가 믿을 만한 번역가임을 보여줘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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