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특히 출판 번역가를 꿈꾸는 이라면 책을 많이 읽기를 권합니다.
번역가의 책 읽기는 다양한데, 먼저 의뢰가 들어올 때 비슷한 책을 찾아 읽으면 좋습니다.
그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파악하고 결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사전 작업은 상당히 중요한데, 어떠한 자세로 책을 번역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내가 번역할 책을 읽습니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양한데, 다시 말해 처음부터 책을 정독한 뒤에 번역 작업에 들어가는 번역가도 있고 일부러 내용을 읽지 않고 곧바로 번역 작업에 들어가는 번역가도 있습니다.
추리 소설을 번역하는 경우 내용을 다 알고서 번역하면 긴장감이 덜 느껴지게 번역할 수 있으니 스스로에게 긴장을 부여하기 위해 일부러 책을 다 읽지 않고 번역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한 번 쭉 읽은 뒤 다음 날 번역할 부분을 전날 미리 읽기도 하고 자기 계발서 같은 경우 한 번 쭉 읽는 과정을 생략하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가장 많이 읽는 책은 번역과는 관계가 없는 책입니다.
책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지만 사실 번역과 관련 없는 책을 읽고 있어도 번역 과정에 다 도움이 되기 때문에 완전히 번역과 관련 없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 책을 읽으면 몰랐던 표현을 얻어가고 문장력도 키워가니 번역가가 책을 좋아한다면 일석이조라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독서가 정말 취미입니다. 독서는 아이들을 돌보면서도 할 수 있는 취미이자 저렴한 취미이기도 하죠.
하루에도 몇 번씩 온라인 서점에 들락거리며 새로 나온 책이 없나 확인하지만 사실밖에 나가 직접 책을 만지고 고르는 과정 전부를 사랑합니다. 주위의 프리랜서들은 빵을 굽거나 뜨개를 하는 등 활자와는 거리가 먼 취미들을 하나씩은 갖고 있건만 저는 종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한 권의 책보다 재미있는 세상을 찾지 못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친구들도 전부 책방 아니면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죠. 그들이 소개하는 새로운 책을 알아가는 과정은 저의 또 다른 기쁨입니다.
미국에 와서 맹렬히 책장을 채우던 때가 있었어요. 책을 주문할 때면 배송비가 꽤 많이 들었지만 많게는 한 달에 네다섯 번이나 장바구니를 털었죠. 아이들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편이기도 했으나 미국에 온 뒤 그리움이 제 안에 거리를 만든 탓도 있었습니다. 외국에 오래 살다 보면 해당 국가의 언어를 어느 정도 내려놓게 되는 시점이 오는데 한국어를 향한 집착은 그 시점과 맞물려 가파른 상승 곡선을 보였죠.
다행히 저에게는 책 구매를 합리화해줄 만한 명실상부한 직업이 있답니다. 마감이 끝났으니 책을 구매하라고 부추기는 친구가 있고 뉴욕에서 당근 마켓을 열라고 부추기는 동생도 있죠. 이들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온갖 핑계를 대며 한국 서점에서 책을 퍼 나르고 있습니다.
번역가를 꿈꾼다면 오늘부터 서점에 가서 책과 친해져 보면 어떨까요?
그러다 보면 어느 덧 번역가로서 성장해 있는 자신을 마주할지도 몰라요. 지금의 저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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